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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KINO(양철호)의 세계의 미스테리-공공의 적 딜린저의 죽음

by 양철호 2011. 11. 1.

영화가 한 편 있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조니 뎁과 크라스찬 베일이 열연한 영화 퍼블릭 에너미’. 직역한다면 공공의 적이다. 이 영화는 바로 미국에서 공공의 적 1호로 지정된 은행강도 딜린저에 대한 영화였다. 조니 뎁이 딜린저 역을,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이 FBI역을 맡아 화재가 되었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바로 딜린저에 대한 이야기다. 딜린저는 공식적으로 1934년에 사망했다고 경찰이 발표한다. 그러나 이후 과연 그날 사살된 사람이 딜린저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러한 의문들이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딜린저의 이야기를 파헤쳐보려고 한다.

 

사실 딜린저의 어릴 적은 별로 보잘 것이 없었다. 1903년에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사고를 피던 아이였다. 철도 화물차에서 석탄을 훔쳐 팔다가 걸려 재판을 받았고, 해군에 입대했다가 무단 외출을 일삼아 결국 추방당하고 만다. 우연히 술을 마시다가 만난 전과자들과 의기투합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식료잡화점을 침입했다가 주인의 저항에 부딪쳐 도주하고, 결국 용의자로 잡히기까지 한다. 이 재판에서 딜린저는 엄격한 재판관을 만나 꽤 오랜 시간 동안 징역을 살게 된다. 그리고 운명의 해가 다가온다. 바로 딜린저가 출소하게 되는 해인 1933년이 된 것이다.

 

딜린저는 감옥에서 두 명의 유명한 은행강도를 만난다. 그들은 해리 피어폰트와 호머 반메터였다. 그들은 의기투합해 교도소에서 함께 어울려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은 이후에도 함께하게 된다.

 

딜린저 일당이 탄생하고 그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33 9월부터였다. 딜린저는 미시간 교도소에 총을 반입해 죄수들의 탈옥을 돕는 사건을 벌인다. 이 사건으로 인해 10명의 죄수가 탈옥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 중에 딜린저가 잡히게 된다. 그러자 탈옥한 죄수들이 이번에는 오히려 라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딜린저를 탈옥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야말로 경찰과 치안당국을 가지고 놀고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딜린저는 탈출하고 나서 8일 후 감옥에서 만났던 피어몬트와 함께 여행객으로 위장해 인디애나 주의 페루 교도소에 찾아가 딜린저의 습격에 어떤 대비를 세워두었냐고 물어 무기고로 안내하게 한 다음 기관총 등을 탈취해 도주하는 대담함까지 선보였다.

 

이들은 딜린저 일당으로 불리면서 그들이 벌인 범죄의 숫자는 도저히 집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이런 와중에도 딜린저는 현대판 의적 로빈훗이라는 소문도 함께 얻게 되는데 은행의 돈은 훔쳐도 개인의 돈은 훔치지 않는 일화는 유명하다. 농부가 자신의 돈을 찾으려는 순간 들이닥친 딜린저는 돈의 주인을 묻고, 그 돈의 주인이 농부라고 말하자 간수를 잘하라는 대답을 해주고는 은행 돈만 챙겨 나갔다고 한다.

 

결국 잡힌 딜린저는 다시 1934 3월에 탈출에 성공한다. 재미있는 것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 가짜 권총으로 탈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나중에 진짜 권총을 어디선가 구했다고 판명되지만 이는 경찰이 자신들의 우둔함을 숨기기 위해 충분히 조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성형수술로 인상을 바꾼 딜린저는 대중들 앞에 대낮에 나타나는 대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에 소개되었던 딜린저의 대담함은 유머 감각도 겸비했다. 1933년 여름 만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시카고에서 여자친구와 자기의 스냅사진을 찍어달라고 경관에게 카메라를 건네주기도 했고, 경찰서에 직접 걸어 들어가 야구경기의 결과를 묻기도 했으며, 교도소에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가 결국 1934 7월에 극장에 영화구경을 하고 나오다가 사살된 것이다. 허무한 죽음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사살된 시체의 눈은 밤색이었다. 이는 검시 소견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딜린저의 눈은 파란색이다. 눈의 색에서 차이가 난다. 시체는 부검에 의해 어릴 적부터 만성류머티스 환자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딜린저에게는 그런 증세는 없었다. 만약 그런 증세가 있었다면 딜린저가 해군에 입대하지 못했을 터였다. 또 실제 딜린저보다 키도 크고 뚱뚱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다로 있었다. 딜런저에게는 총상이 없었던 것이다. 즉 과거 갱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총격전을 거쳐왔고 거친 생활을 해왔다. 당연히 과거의 상처가 있어야 맞다. 그런데 시체에는 과거의 총격에 의한 상처가 전혀 없었다.

 

범죄사건 기자인 제이 로버트 내쉬는 FBI가 죽은 사람이 딜린저라고 오인한 것이라고 추리했다. 하지만 FBI는 이를 부인한다. 이는 국장인 에드가 후버가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을 염려해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내시에 따르면 죽은 이는 지미 로렌스라는 건달로 이전부터 극장 주변에 자주 출몰하던 자라고 한다. 어쩌면 딜린저에게 안전한 도피처를 마련해주기 위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진 것은 아닐까. 딜린저를 대신해 건달이 죽고 딜린저의 존재는 지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가장 안전한 도피처가 아닐 수 없다.

 

딜린저 갱단은 그 이후 하나 둘씩 목숨을 잃으며 전멸했다. 그렇다면 딜린저는 과연 죽은 것일까? 아니면 도피해서 살아 있는 것일까? 갱단의 일원이면서 극장에 함께 있었던 블랙키 오데트는 후에 그의 저서 죽음의 시트에서 딜린저는 결혼해 오리건주로 달아났다고 저술하고 있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FBI는 실수를 덮기 위해 딜린저의 도피를 묵인했을 수도 있다. 후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도 있는 추론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