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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박열, 아나키스트, 그리고 역사.

by 양철호 2017. 9. 21.

 

 

동주로 진지함을 보여주었던 이준익 감독이 박열로 장난스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어쩌면 이제껏 이준익이 해왔던 영화들 답게 무게는 살리면서 유커도 잃지 않은 가장 이준익다운 영화가 아닐까.

박열은 실존 인물이다.

영화속에서 보여주던 행동이 모두 꾸며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약간의 영화적 과장은 있지만 분명 대부분 사실이다.

가네코 후미코도 실존 인물이며 그녀는 그렇게 죽었다.

 

박열은 영화적 완성도 보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룰 줄 아는 이준익의 장기가 살아있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가볍다는 것이 결코 주제의 무거움을 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준익은 영리하다. 장난스러운 동지들의 행동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처럼이나 행동할 수 있었을까.

박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세상을 살았다. 그러면서도 자유분방하게 살아왔다.

그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이념의 문제. 그는 아나키스트이다. 무정부주의의 자유로움이 그에게는 배어 있었다. 어느 이념에 헌신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에 맡겼다.

그런 이유로 해방 이후에도 어떠한 정치적인 입장으로 쏠리지 않았던 그였다.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납북되어 북한에서 활동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과거 상허 이태준의 문장강화라는 책은 그저 글쓰기에 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월북을 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

박열도 그렇게 역사에서 소외되고 잊혀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유분방한 인물이라면 역사에 기록되고 칭송되는 것도 귀찮아 했을 것만 같다.

 

영화적 완성도는 아쉽다.

뭐 이준익 감독 영화가 저비용으로 찍는 것임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오히려 나의 시선에는 동주보다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쉽다.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지진 CG 같은 것 없애고 차라리 다른 쪽에 더 힘을 쏟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최근 계속 이어지는 역사영화는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역사영화가 등장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