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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대립군. 참담한 역사는 반복된다.

by 양철호 2017. 9. 14.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먹고 실기 위해 남을 대신해 전쟁에 나서게 된 대립군들의 처지나,

아버지를 대신이 버려지듯 전쟁터에 남겨진 아들의 처지가 거기서 거기니 말이다.

백성들을 버리고 떠난 선조의 모습에서 나는 이승만이 보였다.

피난을 가면서 한강철교를 끊어버린 그의 모습과 선조는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내가 이상한 걸까?

군사 원조를 끌어오겠다며 명나라로 떠난 선조와 대신들의 모습에서 현재 미국에 의존하는 보수세력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오버하는 걸까?

 

우리 민족은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힘을 모으는 저력을 보여왔다.

의병들도 그렇고, IMF때의 금모으기도 그렇고, 촛불혁명도 그렇다.

여기서 권력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국민들이 나서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이지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왜국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한 것은 국가를 위하고, 백성, 즉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 선조와 사대부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촛불을 들었던 것은 잘못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함이었지, 다름 정권을 잡고 정치를 하는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새롭게 나온 기득권이, 권력이 잘못하면 다시 국민들은 나설 것이다.

 

대립군은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부조리한 사회 현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자들의 이야기다.

그 부조리함을 잘못되었다고 외치지는 못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의 완성도는 아쉽다.

 

이정재는 관상에서 보여주었던 수양이 갑자기 노비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일부러 그렇게 찍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투장면도 전혀 스펙터클도, 긴장감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뻔한 양상이 그대로 드러나 전혀 긴장되지 않는 상황들이 전개되었다.

박원상, 여진구, 이정재, 오광록, 김명곤 등 연기에 있어서는 나름 빠지지 않는 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밋밋한 느낌이 났다.

어쩌면 스토리의 빈약함인지도 모른다.

 

결론을 말하면 영화의 결말은 너무나도 뻔한 지점을 이미 보여주고 말았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대립군이라는 이미지는 결국 누군가를 대신하는 자들이고, 마지막에 그들의 모습을 찾고 목숨을 버리게 된다는 결론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결론을 이미 예상하고 보게 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어쩌면 재미있을 법한 소재를 제대로 변주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변주하기 어려운 소재를 찾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쉽게도 영화적 완성도에서 더 이상이 나오지 못한 것은 아닐까.

소재를 찾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