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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직지코드, 역사와 진실, 그리고 중요한 것.

by 양철호 2017. 9. 13.

 

영화는 서구사회에서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을 구텐베르그로 소개하고 있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한다. 고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구텐베르그 성경보다 70여년이 앞섰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의문은 고려와 서구 유렵이 과거에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파고든다.

수많은 인터뷰와 촬영, 증거를 수집한 그들의 조사는 치밀하게 광범위하다. 하지만 직지의 조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의도적인 방해 또한 존재한다.

그것이 단지 직지를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의 문제인지, 아니면 서구의 역사관을 무너지도록 놔두지 않으려는 서구역사중심주의자들의 소행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직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는 분명하다.

제작팀은 촬영한 수많은 원본과 카메라, 하드드라이브를 도난당한다.

기가막힌 타이망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은 다시 인터뷰를 시도하고 만남을 갖는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뷰도 어려워졌다.

한 번 했던 말을 뒤집는 것도 예사다.

그렇게 그들의 추적은 힘겨워지는 듯 했다.

하지만 역사를 뒤흔들 수 있는 대댄한 발견이 일어난다. 그 발견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보수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기존에 만들어진 역사를 허물어트리는 새로운 역사에는 상당히 배타적인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역사의 기득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역사는 한 번 정설로 정해진 것을 뒤집는 새로운 것에 냉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학자들은 또한 진보적이다.

역사는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자체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매개체가 된다고 믿는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의 교양서로 유명한 '역사란 무엇인가'는 진보적인 역사관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보수적인 학문적 성격이 강하지만 학자들은 진보적이라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그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믿고 있다.

그것이 서구의 역사다. 이것을 뒤집는 그 무엇도 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역사 파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인터뷰에 응했던 살마들에게 구텐베르그 이전에 금속활자를 발명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믿을 것이냐는 말에 믿을 수 있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그렇다. 역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해석되고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역사 자체가 아니다.

 

역사적 기원을 따지고 우선순위를 따져 우열을 가리겠다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것인지 이 영화는 보여준다.

직지심경이 현존하는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고 배우지만 정작 직지가 무슨 내용인지 배우지 않는 것에 의문을 보낸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만들었냐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었냐이다.

어떻게 전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전했느냐다.

역사는 우열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역사들이 왜곡되고 비털어지고 거짓으로 쓰려지고, 가려진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분명 진실과는 멀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역사에서 진실을 찾아야 할 때이다.

무엇이 더욱 중요한지를 말이다.

 

추가로....

영화를 보게 되면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한 가지가 구텐베르그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고려와 바티칸의 교류에 대한 것이다.

이 놀라운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