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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신세계 남자들의 질펀한 농담

by 양철호 2013. 8. 1.

최근 참신한 한국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모두들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 같다는 것이다.

부정하기 어렵다.

'광해'는 '데이브'가 떠오르고, '타워'는 '타워링'과 별 차이가 없다.

'도둑들'은 한국판 '오션시 11'으로 불리기도 했고, 이 영화 '신세계' 역시 도니 브레스코와 무간도의 짬뽕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다만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로 구분이 되어지는 차이가 있을까......

 

 

 

'신세계'는 극장에서 보고 나서 얼마전 고대하던 DVD를 구입했다.

늘 그렇지만 국내 DVD의 한계는 스페셜 피처의 부족함이다.

나는 늘 구입할 때 스페셜 피처가 있는 2disc 짜리를 구입하곤 한다.

하지만 국내 DVD에 손이 잘 안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알찬 구성을 마련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물론 제작비에 대한 부분이나, 다운로드 시장의 확대로 인한 DVD 시장의 침체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소장용으로 괜찮은 영화의 DVD나 블루레이에 손을 뻗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 색과 배경은 참 걸작이다

 

역시 '신세계' DVD도 제작과정이나 인터뷰 등은 별로 쓸만한 것이 없었다.

다만 본편 영상에 배우들의 코멘터리가 들어간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만큼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배꼽잡고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있다.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박성웅, 박훈정 감독이 모여 만들어내는 묘한 남자들만의 앙상블은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던져 준다.

 

 

대사를 잘 못외우는 최민식의 에피소드, 특수효과를 이해 못하 신기해하던 박성웅의 모습 등은 잔재미를 던져주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오히려 신변잡기로 채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더욱 생명력있게 전해져온다. 아쉬운 점이라면 송지효가 빠졌다는 것? 그것도 참여를 못한 이유가 런닝맨 촬영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송지효가 왔다면 이 남자 다섯이서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가 19금이라는 것에 걸맞게 DVD의 코멘터리도 19금 수위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확실한 건 DVD 코멘터리의 걸작이라고 할만하다는 점이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 DVD 코멘터리를 다 봤던 나로서는 사실 너무 긴 시간도 시간이고 좀 지루한 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 신세계는 그 지루함을 뛰어넘는 위트와 재미가 있다. 황정민과 최민식이 주고 받는 만담 같은 이야기의 힘이 있다.

 

 

벌써 이 '신세계'를 열 번은 본 듯 하다. 극장에서 두 번, 다운로드 받아서 다섯 번, DVd 구입 하자마자 세 번. 아마도 시간 나면 더 돌려 보겠지. 오히려 천만 관객이 들었던 영화 보다 더 힘 있고, 더 임팩트가 강하고, 더 감정이 진하게 전달되는 힘이 있다. 아마도 19금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관객이 봤겠지만, 정작 19금이 아니었다면 느낌이 훨씬 덜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송지효가 이 영화로 성공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자캴이 온다'는 말도 안 되는 영화의 실패로 그녀가 받았을 실망감은 적잖이 컸을 것이다. 에능으로 성공했다가 원탑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가져다 줄 데미지는 적잖이 크다. 이문식, 김수로 등이 그랬으니까. 오히려 영화에서는 영화만의 자신의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몇 번 등장하지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해 준 송지효의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아름답게 나왔다. 마음에 드는 컷들이다.

 

코멘터리에서는 신세계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장난반이지만 아마도 속편에 대해 기대하는 관객들과 팬들의 요구에 대한 일종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거다. 물론 속편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나오더라도 실패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니 속편은 제작 안했으면 좋겠다. 내 바램이다.

 

헐리웃에 판권이 팔리고 아마도 생각보다는 빠른 시일내에 이 영화의 미국 버전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디파티드와의 차별점을 줄 것인지는 그쪽에서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느낌이 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서적 코드가 어쩌면 미국인들에게는 무겁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던 멋진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재미있는 코멘터리로 한 동안 즐거울 수 있었던 시간을 '신세계'는 나에게 주었다. 박수를 친다. 멋진 사람들에게... 그리고 멋진 신세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