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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바람의 검심의 핵심은 액션이 아니다

by 양철호 2013. 1. 3.

 

 

나는 아직도 종종 바람의 검심 추억편을 꺼내서 보곤 한다.

그리고 아직도 이 대사를 잊지 못한다.

 

켄신이 스승인 히코 세이쥬로에게 비천어검류를 배우다 하산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스승에게 이야기하면서 생기는 둘의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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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쥬로 "산을 내려가는 허락 못해!"

켄신 "스승님!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동란에 휘말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이 힘을, 어검류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쓸 때가 아닐까요."

세이쥬로 "이 바보 제자가! 그 동란의 세상에 네가 혼자 나가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이 난세를 바꾸고 싶으면 어느 한 쪽의 체제에 가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즉, 권력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을 위해서 너에게 어검류를 가르친 것이 아니야. 너는 밖의 일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고 수행에 전념하면 돼."

켄신 "눈 앞의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걸 내버려두다니 전 그럴 수 없습니다."

세이쥬로 "비천어검류는 비길 데 없는 최강의 유파. 비유하자면 육지의 검은 배(서양의 군함)."

켄신 "그러니까 그 힘을 지금이야말로 써야죠! 시대의 고난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이 어검류의…"

세이쥬로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어떠한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그것이 진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벤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그것이 검술의 진정한 이치. 나는 너를 구해줬을 때처럼 몇 백명의 악당들을 베어 죽여왔다. 허나 그들도 역시 인간. 이 삭막한 시대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아. 이 산을 한발짝 나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각각의 양립될 수 없는 정의에 조종당한 끝도 없는 살인뿐. 그것에 몸을 던지면 어검류를 너를 대량살인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켄신 "그래도.. 저는…이 힘으로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을 많은 목숨을 이 손으로 지키고 싶습니다. 그 때문에…스승님!"

세이쥬로 "너 같은 바보는 이제 모른다. 어디로 가든 얼른 꺼저버려!"

켄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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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은 진지한 만화다.

막부 말기의 혼란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살인을 일삼던 칼잡이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들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다.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작품이 영화화 되었다.

 

명작 만화를, 명작 애니를 영화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해한다.

허나 캐릭터를 비슷하게 만들어 흉내를 낸다고 그 캐릭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장편의 서사를 짧은 영화로 만들면서 결국 많은 것을 놓치고 말았다.

적보대로서 메이지 정부에 불만이 많은 사노스케의 마음.

악즉참이라는 정의를 실천하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사이토의 날카로움,

시간 때문인지, 깊이 때문인지 전혀 다루지 않았던 어정번중 등.

 

다만 확실히 액션은 좋아졌다.

그 점은 인정한다.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속편에서 시시오 마코토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바람의 검심의 이야기를 보여주기엔 왠히 힘이 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