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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호
스토리 파고들기, 문학, 영화를 비롯한 온갖 미디어, 그리고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찾아 소개하고, 분석하고, 뜯어고치는 곳. 세상을 향해 일갈하기도 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와도 만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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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31. 08:00 Story Doctor/Book & Comics



자칭 언론사 총수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 초창기 혜성처럼 욕설로 도배된 인터넷 신문이 등장했다. 일명 '딴지일보'.
이름처럼 매일나오는 일보도 아니었지만 욕설이 그저 예사로 넘길 것들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세상에 대한 풍자는 물론이고, 비틀어 보는 삐딱한 시선까지 담겨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통쾌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딴지일보'를 만든 창간인은 바로 김어준.
그가 책을 썼다. 바로 '닥치고 정치'. 제목도 무척 딴지스럽다.
사실 그는 책을 여러권 냈다. 그런데 이번처럼 대박난 적은 없었다.
현재 종합 3위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론가도 아니고, 저명한 학자나 교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인도 아니다. 언론이라고는 하지만 여타 언론인처럼 진지하지도 않다. 그런 그가 지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짤리고 한겨레 하니TV의 '뉴욕타임스'를 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곧바로 시작된 딴지라디오의 '나는 꼼수다'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이제 그는 연예인,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도 그는 난체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생겨먹은대로 산다는 것처럼 자유분방하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산다. 남 눈치 보지 않는 게 그의 장점이라서 아마도 이것 때문에 속좀 쓰린 사람이 많은가 보다. 선거 끝나고 그와 그 패거리(패거리로 표현해서 미안하지만)를 경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야기가 밖으로 샜다.
그의 책은 사실 '나는 꼼수다'를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그 안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주는 셈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하고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왜 자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들먹인다.
그는 거침없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독설가라고 말하는 진중권과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다. 왠지 진중권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 거북한 느낌이 있는 반명, 김어준의 말은 그냥 웃긴다. 통쾌하다. 그래서 더 많은 팬들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책의 이야기는 자칫 두서가 없는 듯도 보이지만 나름 순서를 가지고 흘러간다.
소위 이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이유인 조국 교수의 등장과 노무현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출발해 좌우의 사상에 대한 개념, 그리고 현 정부의 부정에 대한 이야기, 삼성을 중심으로 한 재벌과 자본주의, 여당과 야당, 인물들을 아우르는 정치권에 대한 분석, 박근혜에 대한 해석,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거침없이 담겨있다.
정치초보자를 위한 교본이라는 부제처럼 이야기도 대화식으로 적혀 있어 읽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오히려 김어준의 목소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알리도 없고 알 수도 없었던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들려준다는 점이다. 물론 추정이나 추론,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지만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개연성을 띄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광한다. 음모론이나 추론이라서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정부의 추론이나 추정, 주장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개연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직 그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책은 잘 팔린다. '나는 꼼수다'의 위력 때문인지 김용민의 '조국 현상을 말한다'도 꽤 잘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방송도 인기 절정이다. 팟캐스트 정치분야 세계 1위라는 기현상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여권과 정부에서는 오히려 스마트폰 앱을 심시한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전혀 지금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책을 사서 읽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한 번쯤 권하고 싶다. '나는 꼼수다'의 팬이면 당연히 읽어보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최근 돌아가는 일에 좀 열받고 관심좀 가져볼까 하는 분들에게는 좋을 듯하다. 뭐 내용이 어떻네, 형식이 어떻네, 다른 의견도 있네 말도 많겟지만 뭐 어떠랴? 책 제목이 '닥치고 정치'인데. 닥치고 읽어보라. 그럼 되는 거다.
posted by 양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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