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스토리-아직은 어색한 한국형 음모론 '모비딕'

by 양철호 2011. 10. 28.



다리가 하나 폭파된다.
사람들은 그 다리의 폭파가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언론이 그렇게 말해서 그렇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는 기자의 눈에는 자꾸 무언가 부조리한 것이 보인다. 그리고 동료도 살해당하고 목숨의 위협까지 당하게 된다.
결국 진실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것을,
다리의 폭파도, 그리고 더 큰 테러도 조작되었고, 그것이 바로 국가 위의 국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분히 KAL85기가 생각나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거나 하는 느낌 보다는 과연 한국 영화가 얼마나 음모론을 잘 풀어낼까 하는 기대감에서 접했다. 결과는 솔직히 실망이었다.
음모의 주체가 너무 허접하다는 느낌이랄까,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주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너무 초라한 존재들이 음모의 주체로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음모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도 솔직히 넌센스가 등장한다.
무엇이든 정보를 제공해주는 제보자의 존재는 영화의 방향을 너무 쉽게 흘러가게 해준다. 이건 아니다. 왜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가 그토록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여전히 실제로 KAL858기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아직도 김현희가 범인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만큼 수많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케데디 대통령의 암살도 여전히 음모론에 시달리는 이유는 바로 그 사건에 수많은 의혹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복잡해야 하는 사건이 어느 순간 단순명료해질 때, 그리고 도무지 그런 결과가 믿어지지 않을 때, 음모론은 태어난다. 그리고 음모론은 좋든 싫든 가지를 치고 점점 더 뻗어나가게 되어 있다. 소문이라는 열매가 더욱 더 크기를 불려가듯이.



그래서 한 마디로 모비딕은 아쉽다.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어졌어야 할 음모론을, 우리나라에 아직 만연해 있는 수많은 음모들을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음모론에 대한 영화는 영화적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아니라 음모론 그 자체에 있다. 그 음모론이 얼마나 더 리얼하고, 얼마나 더 관심을 갖게 만들고, 얼마나 더 설득력이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다시 음모론이라는 본격적인 물줄기에 발만 담그는 것이 아니라 배를 띄웠어야 맞다. 하지만 모비딕은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음모론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혹시 모른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정말 제대로 된 음모론으로 완성도가 높았지만 정치권의 힘있는 자가 막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것도 하나의 음모론이지만 말이다.